생활과 취향
부대찌개 먹으러 갔다가 샌드위치와 키링까지 안고 왔다
더운 주말, 아이들과 송탄으로 떠나 연애 시절의 부대찌개를 포장하고 옛날 햄버거와 치즈스테이크를 먹은 가족 나들이 기록입니다.

Summary
한눈에 보기
- 집에만 있기 미안한 더운 주말, 아이들과 한 시간가량 달려 송탄으로 향했습니다.
- 연애 시절 아내와 찾았던 김네집은 여전히 붐볐고, 부대찌개는 포장한 뒤 근처에서 옛날 햄버거와 치즈스테이크를 먹었습니다.
- 샌드위치보다 비싸진 키링 두 개까지 얻고 나니 지갑은 가벼워졌지만 아빠의 주말 숙제는 끝낸 기분이었습니다.
날은 덥고, 집은 시원했다. 솔직히 에어컨 앞을 떠날 이유가 별로 없는 주말이었다. 그래도 아이들과 하루 종일 집에만 있자니 아빠로서 조금 무책임한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누가 검사하는 숙제도 아닌데, 주말만 되면 마음 한쪽에 ‘그래도 어디라도 다녀와야 하지 않나’ 하는 과제가 생긴다.
그때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먹으러 갔던 송탄의 부대찌개집, 김네집 이야기가 나왔다. 목적지가 정해지니 핑계도 그럴듯해졌다. 추억의 맛도 다시 보고, 미군 부대 근처의 먹거리도 둘러보고, 드라이브도 하자는 계획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을 데리고 차에 올랐다.
한 시간 달려 만난 여전한 풍경
한 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송탄은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김네집 앞의 북적이는 분위기도 기억 속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운 날 아이들과 오래 기다리는 건 추억을 만들기보다 가족 전체의 인내심을 시험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우리는 미련 없이 포장을 선택했다.
연애 시절에는 둘이 앉아 부대찌개를 먹었는데,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포장 봉투를 들고 나왔다. 같은 장소를 다시 찾았지만 가족의 모습도, 내가 챙겨야 할 것도 많이 달라졌다. 그 차이가 괜히 뭉클하면서도 현실적이었다. 감상에 오래 빠질 틈은 없었다. 아이들은 배가 고팠고, 다음 먹거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햄버거 가격 앞에서 잠깐 환율을 생각했다
부대찌개는 집에서 먹기로 하고, 근처에서 유명하다는 옛날 햄버거집으로 향했다. 예전에 보던 스타일의 햄버거를 받아 들자 연애 시절 생각이 또 났다. 다만 가격도 그 시절 그대로일 거라는 기대는 아주 빠르게 사라졌다.
‘원래 햄버거 물가가 이랬나?’
미군 부대가 가까우니 혹시 달러 기반 물가인가 하는 농담까지 떠올랐다. 물론 실제 가격이 왜 오른 것인지는 내가 알 수 없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내 기억 속 가격표만 업데이트를 거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추억은 무료인데 추억을 다시 먹어보는 비용은 무료가 아니었다.
다행히 아이들도 햄버거를 제법 잘 먹었다. 부모 입장에서 나들이 음식의 가장 중요한 평가는 유명세보다 아이들이 실제로 먹느냐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 선택은 무사히 통과였다.
1만 8천 원 샌드위치와 내 몫 한 입
그런데 이 동네에 오면 꼭 먹어야 한다는 치즈스테이크 샌드위치가 또 있다고 했다. 이미 먹었으니 그만해도 될 것 같았지만, 사람은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말에 약하다. 특히 여행지의 위장은 평소보다 의사결정 권한이 세다.
그날 우리가 산 샌드위치 하나의 가격은 1만 8천 원이었다. 처음 든 생각은 간단했다. 사악하다. 그리고 한 입 먹은 뒤의 생각도 간단했다. 맛있다. 젠장.
결국 나는 딱 한 입 먹었고, 나머지는 딸이 거의 다 먹었다. 1만 8천 원짜리 샌드위치에서 내 지분은 한 입이었지만, 아이가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따로 계산서를 내밀 수도 없었다. 아빠의 지분율은 낮고 만족도는 묘하게 높았다.
샌드위치보다 비싸진 키링 두 개
먹는 일로 끝났다면 비교적 평범한 나들이였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기념으로 키캣을 하나씩 사주고, 인형뽑기 가게에도 들어갔다. 결과는 작은 키링 인형 두 개였다.
문제는 그 두 개를 얻는 데 샌드위치보다 많은 돈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치즈스테이크 가격을 보고 사악하다고 했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집게가 허공을 움켜쥐는 장면에 더 많은 돈을 썼다. 소비의 일관성은 잃었지만 키링 두 개는 얻었다. 아이들은 신났고, 나는 기계 안에서 조금씩 사라진 지폐의 행방을 생각했다.
그래도 그날의 기념품으로는 꽤 정확했다. 키링을 볼 때마다 아이들은 인형을 뽑은 순간을 기억할 테고, 나는 샌드위치 한 입과 그보다 비쌌던 집게질을 함께 기억할 것 같다.
아빠의 주말 숙제 하나 완료
돌아오는 길에는 지갑이 가벼워졌고 몸은 조금 지쳤지만, 기분은 분명히 전환돼 있었다. 연애 시절 아내와 찾았던 곳에 이제 아이들과 다시 왔다는 사실도 좋았다. 아이들이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잘 먹고, 손에 작은 기념품까지 하나씩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날 굳이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늘 정답은 아니다. 가족 나들이가 아빠 혼자 완수해야 하는 의무인 것도 아니다. 다만 이날만큼은 마음속에 쌓여 있던 주말 숙제 하나를 끝낸 기분이었다. 다음에는 날이 조금 덜 더울 때 다시 찾아 부대찌개도 포장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먹어보고 싶다. 물론 그때는 인형뽑기 가게 앞을 자연스럽게 지나치는 연습부터 해야겠다.
이날 음식과 기념품은 모두 직접 비용을 내고 이용했으며, 협찬이나 제공받은 혜택은 없었다. 가격과 맛에 대한 평가는 방문 당시의 개인적인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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