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없는 초록 삼각형
작년 초 이후 매도만 외치던 내 지표가 오랜만에 초록색 매수 신호를 찍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에피소드
다음 카드를 넘기며 에피소드를 이어서 확인하세요.작년 초 이후 매도만 외치던 내 지표가 오랜만에 초록색 매수 신호를 찍었다.
의미가 있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Pine Script는 신호만 찍고 책임은 컴파일하지 않았다.
작년에 사지 않았던 SK하이닉스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내 마음은 크게 흔들렸다.
내 보유 수량만 0주에서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렇게 안정적인 투자를 원한 건 아니었다.
아이 둘은 사육통 앞에 붙었고 아내는 멀찍이 물러났다. 이제 코코 차례였다.
코코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장수풍뎅이는 입주 첫날부터 관심 경쟁에서 탈락했다.
장수풍뎅이 한 마리만 키우면 되니 준비도 작을 줄 알았다.
결제창에는 사육통, 바닥재, 먹이, 나무가 줄을 섰다. 가장 먼저 자란 건 장바구니였다.
서비스 오픈 버튼을 누르고 드디어 끝났다고 박수를 쳤다.
박수가 끝나기 전에 첫 문의가 왔다. 서비스는 오픈했고 퇴근은 비공개였다.
마지막 날, 백 쪽짜리 인수인계 문서를 건네며 빠진 것은 없다고 확신했다.
다음 담당자의 첫 질문은 한 단어였다. “왜요?” 그 항목만 백한 쪽에 없었다.
문제가 생기자 다섯 명이 동시에 채팅창에 “제가 볼게요”라고 썼다.
십 분 뒤 모두 같은 화면을 보고 있었다. 문제만 담당자가 없었다.
회의 시작 5분 전, 모두가 같은 말을 했다. “오늘은 짧게 끝내죠.”
그 말을 왜 했는지 설명하다가 첫 번째 안건이 되었다.
오늘만큼은 가격을 보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고 투자 앱을 닫았다.
30초 뒤 알림이 먼저 안부를 물었다. “큰 움직임이 감지됐어요.”
AI에게 말했다. “아주 간단한 수정이야. 금방 끝날 거야.”
AI가 답했다. “간단한 수정 17개로 나누어 두었습니다.”
언젠가 가려고 맛집을 126곳 저장해 두었다.
오늘 저녁은 고르다 지쳐서 집 앞 김밥. 마음속 별점은 5점.
아이가 완벽하게 숨었다며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나는 커튼 뒤에 없으니까 거기는 찾지 마!”
“버튼 하나만 바꾸면 돼요. 금방이죠?”
맞다. 버튼은 금방 바뀌었다. 버튼 때문에 발견한 일곱 가지는 다음 날까지 갔다.
화상회의에서 10분 동안 온몸으로 설명했다. 다들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감동한 줄 알았다. 채팅창에 한 줄이 올라왔다. “마이크 꺼졌어요.”
내일은 꼭 일찍 일어나려고 5분 간격으로 알람을 여섯 개 맞췄다.
아침의 나는 여섯 번 모두 협상에 성공했고, 출근에는 실패했다.
이번에는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수익률이 -3%가 되면 감정 없이 정리하기로.
정확히 -3%가 되자 나는 0.2초 만에 장기투자자로 전직했다.
위험을 나누려고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로봇 주식을 골고루 샀다.
장이 열리자 다 같이 내렸다. 나는 위험이 아니라 종목명만 분산했다.
오류 로그를 보여주자 AI가 가능한 원인을 여덟 가지나 정리해 줬다.
아홉 번째 원인은 내가 개발 서버를 안 켠 것이었다.
보안을 강화하겠다며 비밀번호를 스무 자리로 바꾸고 아주 뿌듯해했다.
다음 날 세 번 틀려 계정이 잠겼다. 해커보다 먼저 나를 막았다.
배송비 3천 원을 아끼려고 무료배송까지 8천 원만 더 담기로 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6만 원을 결제했다. 배송비만 아주 성공적으로 아꼈다.
오랜만의 낚시를 위해 물때, 바람, 장비, 출발 시간까지 완벽하게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가족 달력을 봤다. 그날은 이미 네 가지 색으로 꽉 차 있었다.
아이에게 방을 다 정리하면 같이 놀아준다고 했다. 5분 뒤 바닥이 정말 깨끗했다.
옷장을 여는 순간 장난감 산사태가 났다. 아이가 물었다. “문은 왜 열어?”
기획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로그인 버튼 하나만 추가.”
버튼을 눌렀더니 권한, 세션, 오류, 다국어, 모바일이 단체로 입사했다.
컴퓨터를 끄려는 순간 메신저가 울렸다. “잠깐만 이것 하나 확인해 주세요.”
그날 알았다. 회사에서 ‘잠깐’은 시간 단위가 아니라 프로젝트 단위였다.
주가가 30%나 빠졌으니 이제 바닥이라고 확신하고 들어갔다.
시장은 친절하게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차례로 안내해 줬다.
오해가 없도록 30분 동안 조건과 예외를 적어 완벽한 프롬프트를 만들었다.
AI의 첫 답은 짧았다. “여기서 ‘간단하게’가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먹을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10분 동안 냉장고 문을 다섯 번 열었다.
여섯 번째에도 새 음식은 생기지 않았다. 냉장고는 새로고침을 지원하지 않았다.
아이가 과자를 몰래 먹겠다며 말했다. “아빠, 눈 잠깐 감아 봐.”
봉지 소리가 들린다고 하자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 귀도 닫아.”
팀 모두가 금요일에는 절대 배포하지 않기로 굳게 약속했다.
오후 5시 50분, 나는 말했다. “배포 아니고 오타 하나만 고치는 거예요.”
달력에서 월요일만 지우면 한 주가 행복해질 것 같았다.
화요일이 월요일 업무를 전부 들고 월요일 얼굴로 나타났다.
감정을 배제하려고 매수 자금을 세 번에 나누어 천천히 들어가기로 했다.
작은 하락이 세 번 연속 나오자 10분 만에 계획을 모두 완수했다.
AI가 내 코드를 보더니 말했다. “전반적으로 훌륭한 접근입니다.”
그 아래에는 개선 사항이 42개 있었다. 칭찬은 스크롤을 위한 준비운동이었다.
운동을 제대로 시작하려고 신발, 옷, 스마트워치까지 완벽하게 준비했다.
첫날 운동 40분 중 35분은 포장을 뜯었고, 5분은 거울을 봤다.
아이가 잠이 안 온다며 이야기를 하나만 더 해 달라고 했다.
세 번째 이야기 중간에 내가 잠들었다. 아이가 나를 흔들며 다음 편을 요구했다.
아무리 해도 재현되지 않던 오류를 보여주려고 화면 공유를 켰다.
그 순간 오류가 완벽하게 작동했다. 버그도 관객이 있어야 힘을 냈다.
두 시간 동안 문서를 작성하고 자동저장을 믿으며 창을 닫았다.
다시 열어 보니 첫 문장만 있었다. 그날 자동저장도 연차였다.
며칠을 분석한 끝에 확신을 갖고 매수 버튼을 눌렀다.
다음 날 기사 제목은 ‘단기 과열 주의’였다. 시장은 내 입장만 기다리고 있었다.
AI가 자신 있게 말했다. “모든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통과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테스트가 전부 건너뛰어져 있었다. 실패할 기회조차 없었다.
집을 깔끔하게 만들려고 크기별 수납함을 열 개 주문했다.
물건은 그대로였고 ‘정리해야 할 빈 수납함’이라는 새 분류가 생겼다.
아이가 아주 당당하게 숙제를 전부 끝냈다고 말했다.
공책에는 이름만 적혀 있었다. 본인 확인 절차는 완벽하게 끝난 상태였다.
요구사항은 명확했다. “유명한 앱의 모든 기능을 넣되 더 단순하게 해 주세요.”
화면은 하나면 된다고 했다. 그 한 화면에 모든 기능이 살게 됐다.
여덟 명이 공평하게 의견을 내서 점심 메뉴를 정하기로 했다.
40분 토론 끝에 가장 가까운 국밥집에 갔다. 식사는 10분 걸렸다.
수익률이 1%가 되자 기념으로 화면을 캡처해 보관했다.
마이너스 20% 종목은 조용히 닫았다. 하지만 계좌는 장편 다큐멘터리를 기억했다.
불필요한 코드를 정리해 달라고 하자 AI가 200줄을 시원하게 삭제했다.
빌드는 멀쩡했다. 그 기능은 처음부터 어디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이번 여행은 정말 필요한 것만 챙겨 가볍게 다녀오기로 했다.
가방 네 개를 차에 싣고 출발했다. 충전기는 집에서 가볍게 쉬고 있었다.
아이에게 파란 옷과 노란 옷 중 하나를 직접 고르게 했다.
아이는 잠옷을 골랐다. 선택지는 언제나 제안한 사람에게만 두 개였다.
DB를 단순하게 만들겠다고 테이블을 하나 줄이는 데 성공했다.
대신 설정 파일이 열두 개 늘었다. DB는 단순해졌고 내 삶은 관계형이 됐다.
전 직원 메일의 마지막 줄에는 굵은 글씨로 ‘전체 회신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14명이 전체 회신으로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안내는 완벽하게 공유됐다.
이번에는 발표 내용과 전제를 차분히 읽은 뒤 시장을 판단하기로 했다.
알림이 울리고 빨간 차트를 보자 분석은 끝났고 기도가 시작됐다.
AI에게 보고서 파일을 최종본이라는 이름으로 저장해 달라고 했다.
생성된 파일명은 report_final_final2_realfinal이었다. 회사 문화를 너무 빨리 배웠다.
이번 주말에도 낚시는 못 갔지만 아쉬운 마음에 매듭법을 열심히 연습했다.
잡은 물고기는 0마리, 익힌 매듭은 8개. 가족은 내 취미가 줄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그린 가족 그림에서 내가 유난히 크게 그려져 있어 살짝 감동했다.
이유를 묻자 말했다. “아빠가 앞에 서면 TV가 하나도 안 보여.”
수정을 배포했는데 화면은 끝까지 예전 모습을 고집했다.
캐시를 지우자 바로 고쳐졌다. 캐시는 성능을 위한 기억이 아니라 원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