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읽는 이야기 · 3화
녹지 않는 얼음 계곡
폭우로 끊어진 험준한 계곡 다리를 조코미의 눈부신 얼음 다리로 건넙니다. 루루가 숲 곳곳을 파헤쳐 놓은 구덩이는 썩어가던 고대 묘목들을 살리기 위한 물길이었습니다!

창작 동화 · 7–10세 · 보호자와 함께 읽기

장면 01
끊어진 협곡의 나무다리
사사의 등에 올라탄 루루를 데리고 숲 깊은 곳으로 향하던 탐험대는 거대한 절벽 협곡 앞에 멈춰 섰습니다. 원초의 숲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목인 오래된 통나무다리가 폭우로 인해 까마득한 낭떠러지 아래로 부서져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으악! 발밑이 텅 비어 있어! 여기서 떨어지면 엉덩이가 백 조각으로 깨질 거야!” 코코가 낭떠러지를 내려다보며 꼬리를 감추었습니다.
사사가 튼튼한 덩굴 밧줄을 던져보았지만, 반대편 절벽까지는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깊은 계곡 바닥에서는 서늘하고 푸른 안개가 소용돌이치며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장면 02
얼음의 마법사, 샤미즈 고양이 조코미
모두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바위 턱 위에서 방울 소리처럼 맑고 도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어머나, 길 하나 건너지 못해 울상들이라니. 하루펫 친구들의 실력이 이것뿐인가요?”
윤기 흐르는 샴빛 털에 짙은 갈색 귀를 쫑긋 세운 샤미즈 고양이 조코미였습니다! 조코미는 하늘빛 얼음 결정 지팡이를 사뿐사뿐 돌리며 나타났습니다.
“조코미야! 네가 어떻게 여기에?” 미미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조코미는 새침하게 턱을 치켜들었지만, 지팡이 끝에는 친구들을 돕고 싶어 하는 영롱한 얼음빛이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장면 03
피어나는 크리스털 얼음 다리
“비켜서 보세요. 품격 있는 얼음이 어떤 것인지 보여줄 테니까요.” 조코미가 가볍게 공중으로 도약하며 지팡이를 허공에 휘둘렀습니다.
‘사아아악–!’ 협곡 아래서 피어오르던 차가운 안개가 조코미의 지팡이 끝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순식간에 눈부신 에메랄드빛 크리스털 얼음 다리로 굳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얼음 다리는 낭떠러지 양쪽을 무지개처럼 연결하며 햇살을 받아 영롱한 다이아몬드처럼 빛났습니다. 두껍고 단단하여 어떤 무게도 거뜬히 버틸 수 있는 완벽한 미끄럼틀 다리였습니다.

장면 04
신나는 얼음 슬라이드!
“와아! 진짜 미끄럼틀 다리다!” 사사가 탄성을 지르며 가장 먼저 발굽을 디뎠습니다. ‘슈우우웅–!’ 사사는 신나게 얼음 다리를 미끄러져 건너편으로 질주했습니다.
코코는 배를 바닥에 대고 썰매처럼 미끄러졌고, 미미는 품에 루루를 꼭 안고 얼음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습니다. 조코미는 우아하게 빙판 위를 스케이트 타듯 미끄러져 내렸습니다.
낭떠러지의 공포는 어느새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로 뒤바뀌었습니다. 친구들은 단 십 초 만에 아찔한 협곡을 건너 무사히 반대편 숲에 도착했습니다.

장면 05
파헤쳐진 숲속의 구덩이들
얼음 다리를 건너자 원초의 숲 초입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그런데 평화로워야 할 숲속 흙길 곳곳이 어지럽게 파헤쳐져 구덩이가 숭숭 뚫려 있었습니다.
“어? 이게 뭐야! 괴물이 정원 주변 흙을 다 파헤쳐 망쳐놓은 거 아니야?” 코코가 새총을 고쳐 쥐며 깜짝 놀랐습니다.
흙탕물이 가득 고인 구덩이 옆에는 커다란 어른 장화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습니다. 코코와 사사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루루의 발끝으로 향했습니다.

장면 06
흙투성이가 된 루루의 진실
루루는 귀를 푹 숙이고 훌쩍였습니다. “미안해요…… 제가 다 파놓은 거예요. 하지만 정원을 망치려고 그런 게 아니에요!”
미미가 구덩이 안쪽을 들여다보더니 가슴을 쓸어내리며 외쳤습니다. “코코야, 사사야, 이 안쪽을 자세히 봐! 흙탕물 밑에 숨어 있는 게 뭔지 보여?”
구덩이 안에는 썩은 물에 잠겨 질식해가던 희귀한 고대 약초 묘목들이 파릇한 싹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루루가 판 구덩이는 파괴의 흔적이 아니라, 물이 고여 뿌리가 썩는 것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판 비상 배수로였습니다!

장면 07
작은 발이 지켜낸 생명의 싹
“혼자서 이 딱딱한 흙을…… 그 아픈 발로 전부 파낸 거였어?” 사사의 목소리가 울컥 떨렸습니다.
루루는 밤새 혼자서 고인 물을 빼내어 수백 그루의 여린 묘목들을 구출해 냈던 것입니다. 루루의 손톱 밑에는 흙과 피멍이 가득했습니다.
코코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습니다. “우린 발자국만 보고 널 괴물이라 의심했는데…… 넌 우리보다 훨씬 용감한 숲의 수호자였어, 루루야.” 조코미도 얼음 마법으로 묘목 주변 흙을 시원하고 단단하게 다져주었습니다.

장면 08
더 높은 산봉우리를 향하여
친구들은 힘을 합쳐 배수로를 튼튼하게 다듬고 물길을 시냇물로 연결해 주었습니다. 맑은 물이 콸콸 흐르자 고대 묘목들이 기쁨에 겨워 파란 잎사귀를 활짝 펼쳤습니다.
그러나 루루는 높은 바위 봉우리를 올려다보며 애타게 말했습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이 묘목들을 키워내는 어머니 나무…… 숲 심장부에 있는 '별빛 나무'가 지금 말라죽어가고 있어요!”
별빛 나무가 죽으면 온 숲의 생명도 끝장이라는 말에 다섯 친구의 눈빛이 비장해졌습니다. 조코미가 앞장서며 지팡이를 높이 들었습니다. “별빛 나무를 구하러 가요. 내가 길을 얼리지 못할 곳은 없으니까요!”
이야기를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