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동화 · 7–10세 · 보호자와 함께 읽기

장면 01
조용한 문지기
벤치를 정돈한 다음 날, 코코는 정원 문 곁을 쓸다가 작은 종을 올려다보았다. 나무 기둥에 달린 황동 종이었다. 친구들은 가끔 끈을 당겨 온 것을 알리곤 했다.
하지만 잎사귀 너머 손님에게서는 한 번도 종소리를 듣지 못했다. 코코는 빗자루를 세우고 끈을 살폈다. “비를 맞아 고장 났나?”
물뿌리개를 든 미미가 문 안쪽에서 고개를 기울였다. 종 아래의 연한 갈색 끈은 가만히 늘어져 있었다. 오늘도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장면 02
끈부터 바꿔 볼까?
코코는 끈이 기둥에 걸렸는지 살폈다. 꼬인 곳도, 끊어진 곳도 없었다. 끝은 코코가 앞발을 뻗으면 닿을 만큼 내려와 있었다.
“높아서 못 잡은 걸까?” 미미가 주머니에서 여분의 끈을 꺼냈다. “더 긴 끈으로 바꿀까?” 코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손님에게 끈 이야기를 물어본 적은 없었다.
“바꾸기 전에 소리부터 들어 보자.” 미미는 물뿌리개를 문 안에 내려놓고 코코 옆으로 나왔다. 코코는 끈을 살짝 잡았다.

장면 03
늦잠은 아니었네
딩. 한 번 당기자 작은 소리가 맑게 퍼졌다. 코코는 끈을 놓고 종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종은 잘 움직였다. 미미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마다 늦잠을 자는 건 아니네.” 코코가 말했다. 미미가 웃었다. “종한테 이불을 찾아 줄 뻔했어.” 둘은 종만 한 이불을 떠올리며 킥킥 웃었다.
웃음이 잦아들자 다시 잎사귀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코코는 끈을 더 당기지 않았다. 고칠 곳을 찾으려고 했는데, 무엇을 고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장면 04
종을 울리면 꼭?
그때 문밖 잎사귀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하나 물어봐도 돼?” 어제 벤치의 그늘을 부탁했던 손님이었다.
“응.” 코코가 대답했다. “그 종을 울리면, 꼭 정원 안으로 들어가야 해?” 코코는 잡으려던 끈에서 앞발을 내렸다. 미미의 귀도 목소리 쪽으로 향했다.
“다른 친구들은 울리고 들어가잖아. 나는 벤치에만 가고 싶은 날도 있어서.” 손님은 잠시 말을 멈췄다. “들어갈 건 아닌데 울려도 되는지 몰랐어.”
장면 05
같은 딩, 다른 생각
코코는 종과 반쯤 열린 문을 번갈아 보았다. “나는 그냥 ‘안녕, 나 왔어’라는 뜻으로 생각했어.” “나는 ‘지금 들어갈게’인 줄 알았어.” 잎 너머에서 대답이 왔다.
미미가 낮은 돌 곁에 쪼그려 앉았다. “나는 끈만 길게 바꾸려고 했네. 뜻을 다르게 생각한 줄은 몰랐어.” 바꾸려고 꺼낸 끈은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우리한테 인사하고 싶으면 한 번 울려 줘.” 코코가 말했다. “문밖에서 인사하고 가도 좋아.” “그럼 오늘은 그렇게 해 볼래.” 이번에는 손님이 먼저 말했다.

장면 06
문밖에서도 안녕
“내가 먼저 해 볼게.” 코코는 문밖에서 끈을 한 번 살짝 당겼다. 딩. 미미는 안쪽에 둔 물뿌리개를 들려다가, 내려놓고 앞발을 들어 인사했다. “안녕, 코코!”
코코는 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옆길 쪽으로 한 걸음 비켰다. “안녕. 나는 밖에서 길을 쓸 거야.” 미미는 웃으며 물뿌리개를 다시 들었다.
코코가 빗자루를 집었다. “내가 물 주느라 못 들으면, 나중에 만나서 인사하자.” 미미가 말했다. 그때 빗자루에 낀 잎이 툭 떨어졌다. “잎사귀도 먼저 인사하고 가네.” 코코가 웃었다.
장면 07
들어오지 않은 인사
코코가 낙엽을 한데 모으고, 미미가 마른 흙에 물을 줄 때였다. 딩. 둘은 하던 일을 멈추고 문 쪽을 보았다. 익숙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 오늘은 벤치에서 쉴게.” 코코가 빗자루를 옆에 세웠다. “안녕. 그늘진 끝은 오늘도 비어 있어.” 미미도 물뿌리개를 내려놓고 인사했다.
문턱을 넘는 발소리는 나지 않았다. 코코는 손님을 불러들이지 않고 마지막 낙엽을 바구니에 담았다. 문밖에서 건넨 인사도, 문 안까지 잘 도착했다.

장면 08
잎이 온 곳
일을 마친 코코는 문 곁 탁자에 잎 그림을 펼쳤다. 미미가 옆에 섰다. “벤치까지 가는 길도 그려 둘까?” 코코가 종이에 작은 벤치와 굽은 길을 그리기 시작했다.
잠시 뒤, 벤치에서 쉬고 돌아온 손님의 목소리가 잎사귀 너머에서 들렸다. “그 잎은 내가 문고리에 뒀어. 벤치 뒤 굽은 나무 아래에서 주웠어.” 코코의 연필이 멈췄다. “아, 거기서 온 거구나!”
코코는 벤치 뒤에 굽은 나무를 작게 그렸다. 그다음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빈칸이었다. 미미가 종이를 눌러 주자 코코의 연필이 다시 움직였다. 종은 조용했다. 오늘의 인사는 벌써 전해졌다.
이야기를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