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스페이스 랩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저씨가 하루스페이스를 시작한 이유
디자인도 기술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는 내가, 오래된 기록의 불편과 AI 시대의 회의감을 지나 하루스페이스를 시작한 마음을 적었습니다.

Summary
한눈에 보기
- 초급 개발자부터 SWA까지 여러 역할과 기술 영역을 거쳤지만, 무엇이든 잘 안다고 말하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 사람이 바뀔 때마다 맥락이 와전되고 잘 만든 문서조차 읽히지 않는 기록의 문제를 오래 겪었습니다.
- AI와 바이브 코딩으로 정리와 검색, 작은 구현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나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할 용기를 얻었습니다.
나는 디자인을 잘 모른다. 기술적으로도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느낀다. 그런데 돌아보면 꽤 오랫동안 IT와 관련된 길을 걸어왔다.
초급 개발자로 시작해 SWA라는 역할을 맡기까지, 한쪽만 보고 일하기는 어려웠다. PM과 PL 역할을 해보기도 했고, 제안과 영업의 자리에도 있었으며, 백엔드와 프론트엔드, 인프라, 프레임워크와 인터페이스까지 필요할 때마다 부딪쳐봤다.
이것저것 경험했다는 말이 무엇이든 잘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영역마다 깊이 들어갈수록 내가 모르는 것이 더 잘 보였다. 그래도 서로 다른 역할이 어디에서 막히고, 왜 같은 말을 하고도 다르게 이해하는지는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AI 시대 앞에서 잠시 회의감이 들었다
AI가 빠르게 코드를 만들고 문서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신기했고, 그다음에는 조금 허탈했다. 내가 오랫동안 익혀온 방식과 경험이 앞으로도 가치가 있을지, 이제 와서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일이 의미가 있을지 회의감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AI와 경쟁해서 더 빨리 타이핑하는 사람이 될 필요는 없었다. 내가 지나오며 본 문제, 여러 역할 사이에서 놓치는 부분, 실제 현장에서 불편했던 흐름을 꺼내고 AI의 도움으로 하나씩 만들어볼 수 있게 된 것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기술을 다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게 많아진 아저씨에 가깝다. 예전에는 시간과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머릿속에만 두었던 것들을 이제는 작은 결과로 확인해보고 싶다.
업계에 있으면서 가장 불편했던 것은 기록이었다
돌아보면 내가 가장 오래 불편해했던 문제는 화려한 기술이나 어려운 개발 방법론이 아니었다. 기록이었다.
회의에서 결정한 이유가 다음 담당자에게 전달될 때 한 부분씩 빠진다. 그다음 사람에게 넘어가면 처음 의도와 꽤 다른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기록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았고, 누군가 시간을 들여 잘 정리한 문서가 있어도 바쁜 일정 속에서 외면되거나 잊혔다. 실제로 찾아서 읽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람의 성의만 탓하기도 어려웠다. 기록은 늘 본업이 끝난 뒤 해야 하는 추가 작업처럼 밀렸고, 필요한 자료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만 다시 찾을 수 있었다. 문서는 남아 있는데 결정의 맥락은 사라지고, 같은 질문과 시행착오가 반복됐다.
나는 여러 역할을 오가며 이 장면을 자주 봤다. 개발자는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설명했고, 기획자는 왜 이런 요구가 생겼는지 이야기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과만 남았다. 다음 사람은 그 결과를 보고 다시 추측해야 했다.
AI와 바이브 코딩이 기록의 문턱을 낮춰줬다
AI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고 바이브 코딩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코드를 만드는 속도만이 아니었다. 흩어진 생각을 정리하고, 긴 대화를 요약하고, 필요한 내용을 다시 검색하는 일이 훨씬 쉬워졌다.
메모 몇 줄을 문서의 뼈대로 만들고, 빠진 질문을 찾고, 코드와 결정의 이유를 함께 정리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만들어놓고도 설명을 남기지 못했던 작은 기능에 이제는 왜 시작했고 무엇을 확인했는지 붙여둘 수 있게 됐다.
물론 AI가 정리했다고 해서 모두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잘못 이해한 내용이 섞일 수 있고, 그럴듯하지만 틀린 답을 낼 수도 있다. 그래서 확인하고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어야 한다. 다만 기록을 시작하는 부담과 다시 찾아보는 수고는 분명히 줄었다.
이 변화가 나에게는 꽤 크게 다가왔다. 디자인을 완벽히 알아야만 화면을 만들 수 있고, 모든 기술을 능숙하게 다뤄야만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부족한 부분은 도움을 받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놓치지 않는 방식으로 작은 프로젝트를 시작해볼 수 있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하루스페이스를 시작했다
하루스페이스의 시작은 거대한 플랫폼을 한 번에 완성하겠다는 계획이 아니었다. 내가 오래 불편해했던 기록의 문제를 내 방식으로 풀어보는 작은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편하게 대화하고, 그 안에서 나온 생각이 사라지지 않고 기록으로 이어졌으면 했다. 기록은 다시 찾을 수 있어야 하고, 작은 아이디어는 문서와 실험을 거쳐 실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누가 무엇을 도왔는지도 결과 뒤에서 잊히지 않았으면 했다.
동시에 모든 대화를 공개 기록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편하게 나눈 이야기와 세상에 내놓을 결과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필요하다. AI가 정리와 번역, 초안과 검토를 도울 수는 있어도 무엇을 공개할지 결정하고 책임지는 주체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 원칙은 기능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먼저 지키고 싶은 기준이다.
로드맵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 많이 담겨 있다. 함께 만든 지식을 안전하게 공개하고, 작은 아이디어를 실험하며, 실제로 도움이 된 기여가 잊히지 않게 하는 흐름이다. 하지만 큰 계획이 있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모든 것을 만들 생각은 없다. 작은 단위로 직접 써보고, 틀리면 고치고, 계속 갈 만한 이유가 있는지 확인하려 한다.
완성된 서비스보다 시작할 때의 마음을 남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디자인을 잘 모르고 기술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낀다. 앞으로 만들다가 막힐 것이고, 지금 맞다고 생각한 계획을 바꿀 수도 있다.
그래도 이번에는 머릿속에서만 생각하다 끝내고 싶지 않았다. AI의 힘을 빌려 그동안 미뤄두었던 것을 하나씩 꺼내고, 결과뿐 아니라 선택한 이유와 실패한 과정도 함께 기록해보려 한다.
하루스페이스가 어디까지 갈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다음 사람에게 설명이 조금 덜 와전되고, 잘 만든 기록이 실제 다음 행동으로 이어지며, 하고 싶었던 일을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이것이 하고 싶은 게 많은 한 아저씨가 하루스페이스를 처음 시작할 때 품었던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