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읽는 이야기 · 1화
문밖의 거대한 발자국
폭우 다음 날 아침, 정원 문 앞에 찍힌 정체불명의 거대한 발자국과 반짝이는 은빛 깃털! 괴물의 습격이라며 떠는 코코와 밤안개 속 거대한 그림자를 추적하는 미미의 첫 모험.

창작 동화 · 7–10세 · 보호자와 함께 읽기

장면 01
비가 그친 뒤의 수상한 흔적
며칠 동안 세차게 쏟아붓던 폭우가 마침내 잦아들고, 마음정원 너머 숲속으로 젖은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올랐습니다. 빗물받이 수로를 점검하러 정원 대문으로 달려가던 코코는 문 앞 진흙탕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털썩 굳어버렸습니다.
“으, 으악! 미미야! 빨리 나와 봐! 정원에 비상사태가 터졌어!” 코코는 작은 새총을 품에 꼭 끌어안은 채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었습니다.
대문 밖 젖은 흙길 위에는 코코의 몸집보다 서너 배는 더 큼직한 집채만 한 발자국이 쿵, 쿵 찍혀 있었습니다. 둥글고 깊은 바닥에 날카로운 발톱 자국까지, 보통 숲속 동물들의 발자국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하고 낯선 형상이었습니다.
장면 02
괴물의 습격? 떨리는 코코
“틀림없어! 전설 속에 나오는 거대한 바위 괴물이 마음정원을 집어삼키러 온 거야!” 코코는 귀를 바짝 눕히고 튼튼한 참나무 빗장을 세 겹으로 걸어 잠그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하지만 뒤따라 나온 토끼 미미는 빗장을 거는 대신 보송보송한 마른 수건과 따뜻한 물그릇을 챙겨 들었습니다. 미미의 크고 맑은 눈망울에는 두려움 대신 호기심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코코야, 진정하고 발자국을 자세히 봐. 깊게 파인 건 몸집이 무거워서이기도 하지만, 한쪽 발을 절뚝거리며 간신히 디뎠기 때문이야. 이 손님은 우릴 해치러 온 게 아니라 큰 도움이 필요한 걸지도 몰라.”

장면 03
진흙 속에 떨어진 은빛 깃털
미미의 차분한 목소리에 코코의 쿵쾅거리던 심장이 조금씩 진정되었습니다. 코코는 새총을 내리고 돋보기를 꺼내 진흙 자국을 꼼꼼하게 살폈습니다.
“어? 미미야, 저 디딤돌 옆에 뭔가 반짝거려!” 코코의 외침에 미미가 다가가 진흙 틈새에서 조심스레 무언가를 건져 올렸습니다.
그것은 빗방울을 머금은 채 영롱한 무지갯빛을 뿜어내는 신비한 은빛 깃털이었습니다. 보통의 숲 새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매끄럽고 차가운 바다의 기운이 깃털 끝에서 은은하게 배어 나왔습니다.
장면 04
대문 밖으로 이어지는 발자국
“이 은빛 깃털…… 숲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비한 보물 같아.” 미미가 깃털을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내며 속삭였습니다.
발자국은 정원 문턱 바로 앞까지 조심스레 다가왔다가, 문을 부수거나 밀치기는커녕 배려하듯 살그머니 뒤로 물러나 숲길 외곽 쪽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두 친구는 디딤돌 위에 물 한 그릇을 놓아두었습니다. “혹시라도 지친 손님이 다시 찾아온다면 목이라도 축일 수 있게 해 주자.” 코코의 목소리에서 떨림이 사라지고 따스한 용기가 묻어났습니다.
장면 05
밤안개 속의 망보기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숲 전체가 짙푸른 남빛 어둠과 차가운 밤안개로 뒤덮였습니다. 정원 안팎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해졌습니다.
코코와 미미는 황동 등불을 켜 들고 대문 곁 작은 초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삐걱거리는 나뭇가지 소리에도 코코의 귀가 쫑긋 솟구쳤습니다.
“미미야, 안개가 너무 짙어서 한 치 앞도 안 보여…… 손님이 오늘 밤 다시 올까?” 코코가 속삭이자, 미미는 등불을 조금 더 높이 들었습니다.

장면 06
안개 너머 거대한 그림자의 출현!
그 순간, 숲 바깥쪽 덤불에서 ‘쿵…… 쿵……’ 하는 묵직한 땅울림이 전해져 왔습니다! 코코와 미미는 숨을 들이켰습니다.
자욱한 밤안개 너머로, 오래된 고목들 위로 솟아오른 집채만 한 거대한 그림자가 불쑥 나타났습니다! 둥글고 커다란 귀와 거대한 팔을 가진 검은 실루엣이 안개 속을 천천히 가로지르고 있었습니다.
“으, 으아앗! 저기 봐! 진짜 거인 괴물이야!” 코코의 털이 곤두섰지만, 그림자는 문을 공격하지 않고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찾듯 서성이더니 이내 깊은 골짜기 쪽으로 사라졌습니다.
장면 07
두려움을 이기는 수호의 마음
거대한 그림자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침에 보았던 그 짭조름한 갯벌 냄새와 은빛 가루가 희미하게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괴물이 아니야. 분명 무거운 짐을 지고 정원 문턱에서 서성이다가 숲 깊은 곳으로 돌아간 거야.” 미미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코코는 새총을 어깨에 메고 배낭을 단단히 고쳐 멨습니다. “정원을 꽁꽁 걸어 잠그기만 해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 우리가 직접 문을 열고 나가서 확인해야 해!”

장면 08
등불을 켜고, 미지의 숲으로!
삐걱 소리와 함께 늘 닫혀 있던 정원의 무거운 나무 대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따스한 등불 빛이 길게 뻗어나가며 진흙길 위에 찍힌 거대한 발자국을 환하게 비추었습니다.
발자국은 험준하고 어두운 원초의 숲 깊은 골짜기를 향해 길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출발하자, 미미야! 은빛 깃털과 거대한 그림자의 비밀을 찾아서!” 코코와 미미는 다부지게 고개를 끄덕인 뒤, 미지의 세계를 향해 힘찬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이야기를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