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동화 · 7–10세 · 보호자와 함께 읽기

장면 01
가장 작은 신호
비가 그친 뒤 루루는 별꽃 한 송이가 고개를 숙인 것을 보았어요. 다른 친구들이 큰 꽃밭을 돌보는 동안, 루루는 낮은 돌 곁에 조용히 앉았어요.
“저 꽃은 아직 말할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루루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친구들은 처음엔 꽃이 너무 작아 보이지도 않았지만, 루루가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고 발걸음을 늦췄답니다.

장면 02
지나칠 뻔한 꽃
루루는 “이 꽃도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요”라고 말했어요. 봉오리 앞에 바짝 다가가지 않고 한 걸음 떨어져 앉았지요.
바람이 지나가자 봉오리의 잎이 아주 작게 흔들렸어요. 루루는 그 신호를 놓치지 않았답니다. “물도 햇빛도 필요하지만, 조용한 자리도 필요할 거야.” 코코와 미미도 함께 와서 작은 꽃 주변을 살폈어요.

장면 03
막힌 물길
낙엽이 얕은 물길을 막고 있었어요. 물은 꽃 쪽으로 흐르지 못하고 멀리 있는 풀뿌리 근처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지요.
루루가 손가락처럼 작은 앞발로 가리키자 코코와 미미도 알게 되었어요. “한꺼번에 치우면 흙이 무너질 수 있어.” 세 친구는 물길 가장자리부터 살피기로 했답니다.

장면 04
작은 컵
루루는 큰 물통을 들 수 없었어요. 대신 도토리 컵으로 필요한 만큼만 물을 옮겼어요.
한 번에 많이 주면 작은 뿌리가 놀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루루는 컵을 두 앞발로 꼭 잡고 한 걸음씩 걸었고, 물방울이 흔들릴 때마다 멈추어 살폈답니다.

장면 05
망토 아래의 흙
바람이 불자 루루는 하늘색 망토로 자신의 어깨만 살짝 가렸어요. 꽃을 억지로 세우지 않고 기다렸지요.
“괜찮아. 꼭 지금 피지 않아도 돼.” 루루는 봉오리 곁에 앉아 속삭였어요. 비가 그칠 때까지 꽃을 잡아당기지 않고, 작은 변화가 생기는지 눈을 크게 뜨고 기다렸답니다.

장면 06
천천히 흐르는 물
친구들은 낙엽을 한 장씩 옆으로 옮겨 얕은 물길을 열었어요. 물은 천천히 꽃 뿌리 쪽으로 흘렀지요.
루루는 너무 기뻐서 뛰고 싶었지만, 흐르는 물이 안정되는지 한참 더 지켜보았어요. 돌봄은 끝냈다고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살피는 일이기도 했답니다.

장면 07
다음 날
다음 날 별꽃은 조금 더 고개를 들었어요. 봉오리 끝이 아주 조금 열리자, 작은 꽃잎은 하늘에 막 나타난 별처럼 은은하게 빛났지요.
루루는 가까이 달려가지 않고 멀리서 먼저 미소를 지었어요. “꽃이 나를 알아봤을까?” 하고 묻자, 친구들은 고개를 갸웃했답니다.

장면 08
작아도 먼저
루루는 “작아도 먼저 알아볼 수 있어요”라고 말했어요. “꽃이 나를 알아보지 않아도 괜찮아. 꽃이 편해 보이면 그걸로 좋아.”
친구들은 작은 신호를 함께 살피기로 했어요. 작은 별꽃은 아주 작지만 또렷하게 피어, 마음정원에 새로 생긴 별처럼 흔들렸답니다.
이야기를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