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동화 · 7–10세 · 보호자와 함께 읽기

장면 01
긴 귀가 찾아낸 아침
마음정원의 아침은 언제나 조용한 비밀 소리들로 깨어났습니다. 풀잎 끝에서 이슬방울이 톡 떨어지는 소리, 부지런한 개미들이 흙길을 사각사각 걸어가는 소리. 토끼 미미는 길쭉하고 부드러운 두 귀를 쫑긋 세운 채 작은 숨소리들을 하나씩 세고 있었습니다.
미미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하얀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안쪽의 돌 벤치였습니다. 꽃밭에 물을 흠뻑 주고 그곳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흙 속으로 물방울이 스며드는 다정한 소리까지 또렷하게 들려왔습니다.
꽃밭 울타리에는 작은 놋쇠 종 세 개도 매달려 있었습니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 때마다 딸랑, 잠깐 쉬었다가 또 딸랑. 미미의 긴 귀를 기분 좋게 간지럽히는 맑은 소리였습니다.
장면 02
모두 한꺼번에 쏟아진 소리
하지만 평화로운 아침 음악회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저 멀리 언덕길에서 닥스훈트 코코가 신이 나서 달려왔기 때문입니다. “미미야! 이것 봐! 저쪽에 새 꽃이 세 송이나 피었어!”
바로 그 순간, 거센 바람이 휭– 불어닥치며 울타리의 종 세 개가 ‘딸랑딸랑딸랑!’ 한꺼번에 요란하게 흔들렸습니다. 게다가 담장 밖 자갈길 위로 무거운 수레까지 덜커덩거리며 지나갔습니다.
종소리, 코코의 큰 목소리, 수레의 덜컹거림까지! 수많은 소리가 한꺼번에 좁은 귓속으로 파도처럼 쏟아져 들어오자, 미미는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장면 03
천 속에 들어간 종
미미는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두 귀를 틀어막았습니다. 듣고 싶은 소리를 고를 틈도 없이 밀려드는 소용돌이에 미미의 입에서 참았던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쉿! 제발 모두 쉿!”
깜짝 놀란 코코가 그 자리에 뚝 멈춰 섰습니다. 미미는 부드러운 크림색 천을 들고 울타리로 다가가 요란하게 흔들리던 작은 종 세 개를 하나씩 꽁꽁 감쌌습니다. 한 개, 두 개, 세 개.
천에 싸인 마지막 종이 ‘딸깍’ 하고 아주 작게 울렸습니다. 코코는 들고 있던 꽃잎을 만지작거리며 슬그머니 몇 걸음 뒤로 물러섰습니다.
장면 04
쉿을 모르는 배
정원에 깊은 적막이 찾아오자, 미미는 길게 숨을 내쉬며 돌 벤치에 주저앉았습니다. 어깨의 긴장이 스르르 풀렸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아주 가까운 곳에서 ‘꼬르륵–!’ 하는 요란한 소리가 울렸습니다. 미미가 깜짝 놀라 자기 배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어머, 너는 쉿을 배우지 못했구나.” 배 속에서 다시 한번 ‘꼬르륵!’ 소리가 났습니다. 미미는 챙겨온 사과 한 조각을 꺼내 오물오물 씹으며 슬그머니 웃음이 났습니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싫은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너무 크고 갑작스러운 소리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었을 뿐이었습니다.
장면 05
쉿 뒤에 붙이는 말
기운을 차린 미미는 길 끝에서 쭈뼛거리며 서 있던 코코에게 다가갔습니다. 코코가 귓등을 긁적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미미야, 내가 와서 화난 줄 알았어……”
“화난 게 아니야, 코코야.” 미미가 다정하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내 귀는 보통 귀보다 소리를 훨씬 크게 들어. 종소리와 큰 목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져서 잠깐 숨이 막혔을 뿐이야. 오늘은 꽃밭 안쪽에서 조용히 쉬고 싶어.”
코코는 미미의 긴 귀와 천에 감싸인 종들을 번갈아 보았습니다. “그랬구나! 네 귀가 아팠던 거였어. 그럼 종도 문가 쪽으로 멀리 옮겨 달아보자. 네가 벤치에 앉아 있어 봐. 내가 소리를 시험해 볼게!”

장면 06
딸랑, 멈춤, 들어보기
코코는 종 하나만 정원 문가 높은 기둥에 걸고, 나머지 둘은 소리가 나지 않게 바구니에 담아두었습니다. 미미는 안쪽 돌 벤치에 앉아 귀를 기울였습니다.
코코가 문가에서 종을 살짝 흔들었습니다. ‘딸랑!’ “어때, 아직 너무 커?” 코코가 묻자 미미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응, 조금만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어.”
코코는 종에 부드러운 천 한 겹을 둘렀습니다. 다시 ‘딸랑–’. 이번에는 맑고 은은한 소리가 꽃밭 안쪽까지 부드럽게 퍼져나갔습니다. 미미가 한쪽 앞발을 번쩍 들어 신호를 보냈습니다. “딱 좋아! 소리가 들리지만 날 아프게 하지 않아.” 코코가 씩 웃었습니다. “다행이다! 내 목소리까지 천으로 꽁꽁 묶을 뻔했잖아!”
장면 07
서로를 배려하는 거리
두 친구는 문가를 가볍게 인사하는 곳으로, 안쪽 돌 벤치를 조용히 쉼을 누리는 곳으로 나누었습니다. 코코는 벤치에서 서너 걸음 떨어진 풀밭에 낮은 통나무 의자를 놓았습니다.
“여기 앉으면 꼭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거지?” 코코가 묻자 미미가 활짝 웃었습니다. “응, 억지로 웃고 있지 않아도 돼. 그저 같은 정원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코코는 낙엽을 모을 바구니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습니다. 바닥에 끌어 소리가 나지 않도록 살금살금 움직였습니다. 미미는 친구의 다정한 배려를 느끼며 편안하게 벤치에 등을 기댔습니다.

장면 08
작게 울리는 행복한 꽃밭
미미는 향긋한 흰 꽃 곁에서 편안하게 쉬고, 코코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낙엽을 한 장씩 정성스레 모았습니다.
문가에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천을 두른 종이 은은하게 한 번 울렸습니다. ‘딸랑–.’ 그리고 찾아온 포근한 침묵. 미미는 눈을 감고 그 고요한 울림을 마음껏 음미했습니다.
한참 뒤 미미가 눈을 뜨며 속삭였습니다. “코코야, 보라색 새 꽃이 한 송이 더 피었어.” 코코는 이번에는 소리치는 대신, 손가락으로 꽃을 가리키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서로의 귀와 마음을 지켜주는 가장 알맞은 거리에서, 두 친구의 하루는 햇살처럼 따스하게 저물어갔습니다.
이야기를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