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동화 · 7–10세 · 보호자와 함께 읽기

장면 01
초고속 계산 완료!
마음정원 공작실에는 파란 번개 문양이 새겨진 작은 슈퍼 로봇 모형이 살고 있었습니다. 바람처럼 빠르게 정원을 누비는 전설적인 수호자, ‘스톰 레인저’를 본떠 만든 정밀 모형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이 똘똘한 친구를 스톰 레인저라고 불렀습니다.
로봇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수천 개의 계산 공식이 반짝였습니다. 바람의 속도, 씨앗 상자의 최적 크기, 각도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척척 맞췄지요. “삐빅– 계산 완료! 최적의 경로를 도출했습니다!”
단 한 가지 문제는, 모든 정답이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번개처럼 튀어나온다는 점이었습니다. 코코가 “이 끈의 매듭을……” 하고 입을 떼면, 로봇은 이미 기계 팔을 뻗어 매듭을 꽉 묶어버렸습니다. “아니, 풀려고 했는데……” 코코가 한숨을 쉬면, 로봇은 렌즈를 깜빡이며 멈칫거렸습니다.
장면 02
끝나지 않은 문장
어느 화창한 오후, 코코가 품에 낡고 누런 크림색 종이 연을 소중히 안고 공작실 문을 열었습니다. 연 한가운데는 세찬 바람에 길게 찢겨 있었고, 꼬리에는 여러 번 묶고 푼 실밥 자국이 너덜너덜 남아 있었습니다.
“스톰 레인저, 지난주 강바람에 연이 그만 찢어졌어. 새로 만들려는 게 아니라……”
“삐빅! 문제 분석 완료! 손상률 42%! 가장 효율적인 해법은 최신 고속 비행용 특수 종이로 새 연을 만드는 것입니다!” 스톰 레인저는 코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번쩍이는 은빛 자를 집어 들었습니다. 코코가 하려던 뒷말은 입가에서 그대로 흩어져 버렸습니다.

장면 03
반듯하지만 차가운 종이
스톰 레인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매끄러운 새 종이를 자르고 다듬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연을 만들었습니다. 날개 각도 60도, 무게 중심 0밀리미터 편차. “계산 완료! 기존 연보다 공기저항을 35% 덜 받는 완벽한 정답입니다!”
하지만 코코는 완벽한 새 연을 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찢어진 낡은 연을 품에 더 꼭 안은 채 한 걸음 뒤로 물러섰습니다. 로봇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의 눈금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100점 만점인데, 코코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겉모습이 똑같다고 해서 같은 연이 아니야, 스톰 레인저.” 코코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장면 04
삐뚤빼뚤한 구김 속의 보물
코코는 낡은 연을 작업대 위에 조심스레 펼쳐 놓았습니다. 그리고 가장자리 삐뚤빼뚤하게 접힌 자국을 가만히 어루만졌습니다. “이 구김은 미미와 처음 연을 날렸던 날 생긴 거야. 참나무 가지에 걸려 연을 내리느라, 둘이 아래에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얼마나 깔깔 웃었는지 몰라.”
코코는 반대편 꼬리에 두껍게 뭉친 풀 자국도 가리켰습니다. “여긴 내가 고치다가 풀을 쏟아서 굳은 자리야. 바람을 타면 기우뚱거리지만, 그럴 때마다 꼭 신나서 춤추는 것 같았어.”
스톰 레인저는 푸른 렌즈의 초점을 조절하며 반듯한 새 종이와 낡은 연을 번갈아 스캔했습니다. 새 종이에는 완벽한 비례만 있을 뿐, 친구와 함께 웃었던 오후의 기억이 단 한 줄도 기록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로봇의 기계 손이 조용히 멈췄습니다.
장면 05
가장 소중한 배달지
“……코코, 당신이 진짜로 바라는 연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겠습니다.” 스톰 레인저가 은빛 자를 가만히 내려놓으며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계산음도 내지 않았습니다.
“고마워. 난 이 오래된 연을 고쳐서 다시 하늘로 띄우고 싶어. 미미와 웃었던 구김도, 춤추듯 날던 무게 중심도 그대로 둔 채, 찢어진 곳만 살짝 덧대고 싶거든.” 코코가 지키고 싶은 추억의 자리들을 하나씩 짚어 주었습니다.
스톰 레인저의 가슴 LED가 따스한 주황빛으로 깜빡였습니다. “우편물도 목적지를 끝까지 듣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 배달됩니다. 저는 친구의 마음이 도착하기도 전에 서둘러 출발했던 것입니다.”

장면 06
작은 조각으로 맞추는 정성
두 친구는 낡은 연에 바로 접착제를 바르지 않았습니다. 작은 시험용 종이에 풀의 농도를 맞춰보았습니다. 코코가 풀을 듬뿍 바르자 시험지가 눅눅하게 축 늘어졌습니다. “으앗, 벌써 축 처져서 낮잠 잘 준비를 하네!”
스톰 레인저가 섬세한 손가락 끝으로 붓을 다듬어 얇고 가벼운 초록색 덧댐 조각을 만들었습니다. 오래된 구김을 절대로 가리지 않도록, 찢어진 틈새만 꼭 맞게 감싸는 맞춤형 조각이었습니다.
코코는 연에 깃든 마음을 설명했고, 스톰 레인저는 그 마음에 딱 맞는 정밀한 손길을 더했습니다. 둘의 손 사이에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다정한 초록 덧댐이 완성되었습니다.
장면 07
기다림이라는 마법
코코가 숨을 죽이며 초록 덧댐을 찢어진 틈 위에 올렸고, 스톰 레인저가 연의 귀퉁이를 부드럽게 받쳤습니다. 오래된 추억의 구김은 고스란히 숨 쉬고 있었고, 찢어진 상처는 흉터 없이 아물기 시작했습니다.
“계산 완…….” 습관처럼 외치려던 스톰 레인저가 덜 마른 풀을 보고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덧붙였습니다. “지금은 풀이 마르기를 기다릴 시간입니다.” 코코가 연을 들려던 손을 거두며 미소 지었습니다. “맞아, 기다리는 것도 멋진 수리 작업이지.”
창밖으로 기분 좋은 바람이 스쳐 지나갔지만, 둘은 조급해하지 않았습니다. 작업대 옆 바구니 위에서 연은 느긋하게 햇살을 받으며 제 숨을 골랐습니다.

장면 08
마음의 온도를 재는 법
풀이 완벽하게 마른 뒤, 둘은 정성껏 고친 크림색 연을 함께 받쳐 들었습니다. 햇살 아래에서 옛날의 구김과 오늘 둘이 함께 덧댄 초록 조각이 보석처럼 어우러져 빛났습니다.
“오늘은 하늘에 띄우지 않고 공작실 선반에 올려둘래. 내일 연을…….” 코코가 말하다가 스톰 레인저를 보았습니다. 스톰 레인저는 끼어들지 않고 코코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며 기다렸습니다. “내일도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할 것 같거든.”
“그렇다면 바람이 잘 통하고 추억이 잘 보이는 제일 윗 칸에 두겠습니다.” 스톰 레인저의 가슴 판에 새로운 메시지가 깜빡였습니다. [마음의 온도는 자로 잴 수 없음. 친구의 말을 끝까지 듣는 것이 최고의 정답.] 가장 빠른 로봇의 손과 가장 조심스러운 친구의 손이 같은 박자로 움직이며, 소중한 연을 선반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이야기를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