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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동화

조코미의 장화 신은 꽃

실제 꽃과 똑같이 그리려던 샤미즈 고양이 조코미. 그런데 붓에서 파란 물방울이 톡 떨어져 거대한 웅덩이가 되었어요! 망친 그림인 줄 알았던 조코미는 어떻게 노란 장화를 떠올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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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미와 미미가 낮은 그림 작업대에서 흰 종이와 평범한 분홍 꽃 화분을 살펴보는 모습

표지

한 편 동화

조코미의 장화 신은 꽃

실제 꽃과 똑같이 그리려던 샤미즈 고양이 조코미. 그런데 붓에서 파란 물방울이 톡 떨어져 거대한 웅덩이가 되었어요! 망친 그림인 줄 알았던 조코미는 어떻게 노란 장화를 떠올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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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미와 미미가 낮은 그림 작업대에서 흰 종이와 평범한 분홍 꽃 화분을 살펴보는 모습

창작 동화 · 7–10세 · 보호자와 함께 읽기

조코미와 미미가 낮은 그림 작업대에서 흰 종이와 평범한 분홍 꽃 화분을 살펴보는 모습

장면 01

꽃 한 송이, 완벽하게!

마음정원의 날렵하고 눈썰미 좋은 샤미즈 고양이 조코미는 섬세한 무늬 그리기의 달인이었다. 짙은 밤색 귀와 마스크, 보석처럼 푸른 사파이어빛 눈을 반짝이며 붓끝을 가다듬는 게 특기였다.

오늘은 미미와 함께 낮은 야외 그림 작업대에 앉았다. 나무 테이블 위에는 막 피어난 싱그러운 분홍 꽃 한 송이가 든 화분이 놓여 있었다. 조코미는 노란 꽃술과 연초록 잎맥을 매의 눈으로 관찰했다.

“오늘 내 목표는 바로 이 꽃이야. 잎사귀 각도 하나까지 실물과 완벽하게 똑같이 그려낼 테니 잘 봐!” 조코미가 꼬리를 꼿꼿이 세우며 선언하자 미미가 생긋 웃었다. “꽃도 기분 좋은지 꽃잎을 활짝 펴고 얌전히 기다려 주네.”

장면 02

숨죽인 붓질

조코미는 종이 한가운데에 연분홍 꽃잎을 조심스럽게 올렸다. 가운데 샛노란 수술을 콕 찍고, 줄기를 곧게 내린 뒤 양옆으로 도톰한 잎을 두 장 그렸다.

“이쪽 잎 끝이 살짝 위로 말려 있어. 각도는 약 15도…….” 조코미는 화분 속 꽃과 도화지를 번갈아 노려보며 숨조차 쉬지 않고 붓을 놀렸다. 붓털 하나가 스칠 때마다 실제 꽃과 놀랍도록 닮아갔다.

미미가 감탄하며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와, 조코미! 마치 살아 있는 꽃이 도화지 위로 사뿐히 날아와 앉은 것 같아!” 칭찬을 들은 조코미의 수염이 으쓱 올라갔다. 아래쪽의 넉넉한 여백만 정리하면 완성될 참이었다.

종이에 그린 분홍 꽃 아래로 파란 물감이 번져 조코미가 놀라고, 미미가 곁에서 그림을 보는 모습

장면 03

뚝! 번져버린 푸른 얼룩

“배경에 맑은 하늘빛을 아주 살짝만 더해야겠어.” 조코미는 파란 물감 통에 붓을 담갔다. 그런데 욕심껏 물을 너무 많이 머금은 탓일까? 붓을 도화지 위로 옮기려던 찰나, 붓끝에서 무거운 파란 물방울이 뚝 떨어졌다!

톡 떨어진 물방울은 둥글게 머물지 않았다. 물기 많은 종이를 타고 아래로 촤악 미끄러지더니, 연초록 줄기 밑에서 둥글넓적하게 번져나갔다.

“앗, 안 돼!” 조코미가 펄쩍 뛰며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분홍 꽃잎 아래에 엉뚱하게도 커다란 파란 웅덩이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말았다. 화분에는 저런 시퍼런 자리가 어디에도 없었다.

장면 04

문지를수록 커지는 웅덩이

당황한 조코미는 얼른 마른 천 모서리를 가져다 파란 얼룩을 톡톡 두드렸다. 하지만 어설프게 닦아내려 할수록 파란색은 천을 타고 사방으로 더 넓게 퍼져나갔다. 지우려다 오히려 두 배로 큰 얼룩이 되어버린 것이다!

“으앙, 어떡해! 꽃잎이랑 잎사귀는 정말 완벽했는데……!” 조코미는 헝겊을 떨어뜨린 채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귀가 힘없이 축 처지고, 푸른 눈동자에는 속상함이 가득 고였다.

미미는 당황해서 서두르지 않고 가만히 곁에 머물렀다. “속상하지? 애써서 그린 완벽한 선이었는데…… 잠깐 숨 고르면서 쉬어도 괜찮아.” 둘 사이에서 흠뻑 젖은 도화지만 쓸쓸하게 반짝였다.

장면 05

새 종이와 발자국

미미가 화구 가방에서 새하얀 새 도화지 한 장을 꺼내 조코미 앞에 펼쳐 주었다. “처음부터 다시 그리면 돼. 조코미 솜씨라면 금방 똑같이 그릴 수 있잖아?”

조코미는 새 종이를 만지작거리며 원래 그림을 내려다보았다. 줄기 끝에 정성스레 그린 잎맥이 자꾸만 마음에 밟혔다. “하지만…… 이 잎사귀는 정말 마음에 든단 말이야. 그냥 버리고 싶지 않아.”

조코미는 턱을 괴고 멍하니 파란 얼룩을 들여다보았다. 가만히 보니 그 모양이 꼭 비 온 뒤 정원 오솔길에 고인 물웅덩이 같았다. “저기 퐁당 들어가면 발이 흠뻑 젖겠지?” “응? 하지만 꽃에는 발이 없잖아?” 미미의 말에 조코미의 파란 눈이 반짝 빛났다. “화분의 꽃엔 없지만…… 내 그림 속 꽃이라면 어떨까?”

조코미가 종이에 그린 꽃에 노란 장화 두 짝을 더하고, 미미가 지켜보는 모습

장면 06

노란 장화 두 짝

파란 물감이 적당히 마르자, 조코미는 망설임 없이 샛노란 튜브 물감을 짜냈다. 그리고 붓끝으로 줄기 끝에서 가느다란 초록 다리 두 개를 쓱쓱 뽑아냈다.

붓이 춤을 출 때마다 파란 웅덩이 양옆에 깜찍한 노란 장화 두 짝이 쏙쏙 나타났다. 앞코가 둥글고 발목이 볼록한 앙증맞은 노란 장화였다! 이제 꽃은 웅덩이에 빠진 게 아니라, 장화를 신고 웅덩이 가에 서서 물장구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와! 화분 속 꽃은 얌전히 앉아 있는데, 그림 속 꽃은 비 온 날 산책을 나왔네!” 미미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조코미는 신이 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장화 코에 하얀 광택까지 그려 넣었다.

장면 07

첨벙! 신나는 물장구

“산책하는데 첨벙 소리가 빠지면 서운하지!” 조코미는 붓에 파란 물방울을 살짝 묻혀 노란 장화 발치에 통통 튀는 물방울 세 방울을 튀겼다. 웅덩이 한가운데에는 동심원 물결을 찰랑찰랑 그렸다.

“첨벙!” 미미가 소리 내자 조코미가 맞장구를 쳤다. “퐁당! 한 발 더 성큼!” 둘은 그림 속 꽃이 노란 장화를 신고 리듬에 맞춰 경쾌하게 웅덩이를 건너는 모습을 상상하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 생각했던 '실물과 똑같은 정물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실수로 번진 얼룩 덕분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활기차고 엉뚱한 모험 그림이 탄생한 것이다.

조코미와 미미가 노란 장화를 신은 꽃 그림과 변함없는 분홍 꽃 화분을 나란히 놓고 웃으며, 옆에는 새 흰 종이가 놓인 모습

장면 08

웅덩이 너머의 푸른 바다

그림을 다 말린 조코미와 미미는 완성된 작품을 테이블에 세우고 나란히 감상했다. 화분의 분홍 꽃은 부드러운 바람에 꽃잎을 흔들며 마치 멋진 장화를 신은 자기 분신을 축하해 주는 것 같았다.

조코미는 붓을 씻으며 물통 속에 소용돌이치는 푸른 물결을 바라보았다. “미미야, 이 파란 웅덩이를 보고 있으니 문득 남쪽 바다가 떠올라. 요즘 솔바람에 짠 냄새가 묻어오던데, 바닷속 친구들은 어떤 푸른 물웅덩이를 건너고 있을까?”

미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우리도 저 남쪽 바다로 긴 산책을 갈 수 있을까?” 새 도화지는 여전히 옆에 놓여 있었다. 다음엔 또 어떤 실수가 신나는 탐험으로 피어날까? 조코미는 장화 신은 꽃을 보며 활짝 웃었다.

이야기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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